아무런 근거없는, 그야말로 순도 100%짜리 나의 개인적인 시각에는 한국 대형 조선소들이 적자가 날 것을 알면서도 그저 그 해 실적을 위해서 대형 해양 플랜트 EPC 프로젝트에 저가입찰을 하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예상 범주이내이거나 혹은 그것을 좀 더 벗어나는 적자가 발생하는 게 무슨 정해진 수순처럼 보인다. 물론 근래에 발표된 말도 안되는 (2조~3조원에 이르는) H, D 조선소의 회계 적자는 사장단 교체 시기와 맞물려서 '넘어진 김에 쉬고 가지' 마인드의 '털어내기'처럼 보이지만...
2009년인가 내가 참여했던 해양 플랜트의 EPC 프로젝트에서도 그 프로젝트를 1조원이 조금 넘는 액수로 수주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주변의 고참 선배들이 불안하다 하셨던 기억이 난다. 듣자하니 저가 수주했다는데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거고 그게 쌓이면서 결국 것잡을 수 없이 소위 '빵꾸'가 난다고... 회사의 경험 부족으로 적자가 났다고 하지만, 창사이래로 수십년간 이런저런 해양 플랜트들 수주 하면서 '초기견적 대비 상당히 큰 견적 빵꾸가 나드라' 정도의 지식은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프로젝트 스케줄에 쫒겼던 당사자로서의 경험상, 프로젝트 스케줄 자체가 좀 더 설계에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구조였으면 적어도 Weight control 을 실패해서 EPC 중간에 설계를 변경하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상황은 모면했을 거라고 지금도 확신한다. Naval Architecture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건 마치 물 끓이고 라면이랑 수프 부었는데 메뉴 오더가 우동으로 바뀐 상황이다.
근래에 조선해양 관련 기사를 읽다보니 한국 모 조선소의 기자재 국산화 이야기가 보이던데, 상선이면 모를까 해양플랜트에 그런 게 전략으로 통할 지 모르겠다. 컨테이너선 같은 상선들이야 막말로 기자재를 뭘 쓰던 (국산이든 외제든) 요구되는 선급 및 몇 개 단체의 룰만 만족하면 바다에 띄워서 돌리면 되고, 행여 사고가 나도 배 하나 가라앉는 정도의 피해면 끝나지만 원유 캐는 해양플랜트가 가라앉으면... 이건 피해액 단위가 다르다. 게다가 상선 선주 입장에서는 룰이야 선급이 감리하니까 당연히 지켜진다고 보고, 조선소가 싸게 만들어 준다고 하면 '값싼게 최고지' 하고 넙죽 받아서 쓰면 그만이지만 해양플랜트는...그게 아니거든. 룰도 못미더워서 훨씬 엄격한 내부 프랙티스를 들이대고, 기자재도 돈을 더 내더라도 안전하게 좋은 걸로 가고싶은게 오너 심정인데 무슨 얼어죽을 저가 입찰에 기자재 국산화... 솔직히 한국에서 기자재 국산화 한다고 하면, '오 그럼 노르웨이 제품보다 품질이 훨씬 좋겠네?' 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밤에 술먹고 쓰는 순도 100%짜리 개인 의견으로는, 요새 한국 해양 프로젝트들 모양새가 남 잘되는 꼴 못보는 심보때문에 3사가 알아서 저가수주 들어가고, 경험이 부족하니 어쩔수 없이 프로젝트 관리가 안되서 여기저기 추가 적자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손해가 안나게 적당한 마진을 책정하는 게 수순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게 발주처 입장에서는 오히려 보기 좋은 모양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익이 보장되면 원가 쥐어짤라고 무리하지는 않을테니깐. 근데 세계 최고 3사가 그런식으로 EPC 에서 돈을 남겼다는 기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비꼬는게 아니고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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