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 블로그에 제가 쓴 말이 있습니다.
"한 때 미국 유학이 내 인생의 플랜 C 정도 되었던 시절, 나는 경영 컨설턴트가 되고 싶었다."
시간은 흘렀고 저도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는데, 오래전에 앓던 병이 제발로 찾아왔습니다.
각설하고 오는 5월 2일부로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딸아이도 함께 들어갑니다. 인생의 새로운 Chapter라 생각하고 치열하게 살아볼까 합니다. 진정 인생이란 예측하기 어렵고, 오묘하고도 아름답네요.
2016년 4월 13일 수요일
2016년 2월 10일 수요일
경쟁에서 살아남기
요새 유가가 떨어지는 기세를 보면 나중에는 주유소에서 휘발유을 그냥 공짜로 주려고 이러나 싶다. 물론 그 전에 어느 시점에서 바닥을 찍고 다시 오를 게 확실하긴 하지만, 저점을 찍은 다음에 얼마나 빠르게 유가가 회복될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아주 천천히 오른다는 의견부터 로켓처럼 치솟을거라는 의견까지 있다. 뭐 이런 내 전문분야가 아니니 결과를 봐야 그런가보다 할 것 같다.
저유가 시대에 Oil & Gas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생존전략이야 각자 다양하겠지만, 요점은 '남보다 싸게 팔기'로 가는 것 같다. 고객이 돈이 없다는데도 뭔가를 팔려면 "싸게 해줄께" 말고 뭐가 더 있겠나 (물론 "돈 꿔줄께"도 있겠지만 경쟁자가 많으면 이것도 의미없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마진 조정 정도로 해결될 시점은 이미 지났고 원가까지 가격을 후려쳐도 될까말까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엔지니어링 회사의 원가라고 하면 대충 인건비랑 간접비용인데, 인건비는 결국 엔지니어 연봉이고 간접비용은 회사의 관리자급 연봉, 건물 임대료 등이다. 많은 회사들이 작년(2015)에 군살빼기 차원에서 사람도 줄여보고 임대 건물 수도 줄여서 '전보다 싸게' 팔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났지만, 올해도 고객은 돈이 없을 것 같고 옆건물 경쟁업체들도 매우 유사한 다이어트를 통해서 '전보다 싸게' 팔겠다고 한다. 올해 장사는 굉장히 혹독한 '남보다 싸게' 경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럴 때도 돈 버는 회사들은 꼭 있다. 박리다매 식으로 이문을 남기는 모델로 몸집을 키우면서 밀어붙이는 유형이 있고, 또 효율을 쭉 높히는(=원가를 훅 낮추는) 방법을 개발해서 고객의 큰 돈을 아끼게 해주고 상당한 이문을 챙기는 유형도 있다. 두 유형 모두 이런 팍팍한 시장에서 빛을 발하는 모델들인데, 이런 선수들 나오면 나머지 선수들 엄청 힘들어진다. 첫 번째 유형은 관리자층을 줄여서 간접비용을 절감하고 동시에 M&A를 통해 전체적인 몸집을 불리는 전략이고, 두 번째 유형은 인건비 싼 동네로 외주를 주던가 하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낮추는거다. 두 번째 유형이 QA가 안된다는 반론도 있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안좋은 고객의 귀에 그게 잘 들릴지는 미지수다. 막말로 일은 시켜야겠는데 저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무개 오피스에서 휴스턴 가격 1/3 에 해준다 하고, 좀 믿을만한 시니어 엔지니어가 날아가서 QA를 하겠다고 보장을 하면 지갑이 얇아진 고객이 콜 하지 않을까.
아니면 아예 Offshore 엔지니어링에서 발을 빼버리는 회사도 있다. 실제로 이런 유형들이 꽤 있는 모양인데, 당분간 바다쪽은 보지 않고 Civil 분야로 업종을 바꾸던가 하는거다. 그게 아니면 Offshore 엔지니어링에서 발까지 빼는 건 아니지만 Green field 말고 Brown field 를 겨냥해서 조직을 재편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Brown field 는 Green field 에 비하면 마진율이 상당히 낮다는 단점도 있지만, 일거리가 꾸준하다는 면에서 엄청단 장점이 있다. 이런 방법들은 마진폭이 기존 비지니스에 비해서 상당히 낮기 때문에 역시나 싼 인건비가 관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건 모두 회사들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고, 엔지니어 개인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많지는 않다. 회사가 하겠다면 따라가던가 말던가 하는 정도지. 요새 같아서는 그나마 회사가 빠르게 결단을 내려서 아무 일거리라도 많이 따오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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