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30일 토요일

대학원 학위와 회사생활

내가 아직 학부생이었을 때, 당시 CJ Japan의 사장님이셨던 (사실 지금도 사장님이시고) 배형찬 집사님께서 해주셨던 조언 중에 "최소한 석사학위는 꼭 따라"는 말씀이 있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야 학부만 나와도 어느 정도 희소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학생들이 대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당신 세대에서 누리셨던 수준의 학위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대학원은 나와야 그정도의 희소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일리가 있는 생각이었고, 당시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값진 조언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공대 석사과정으로 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뒤늦은 대학원 공부는 많은 것을 다시 가르쳐 주었다. 학부때 공부를 열심히 해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대학원을 다니면서 다시 느낄 수 있었고, 회사에 와서도 학부출신들보다 조금 더 이론적인 부분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약간의 이점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로 이직하는 경우에 비해 훨씬 더 수월하게 구직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도 상당수의 유학생들이 궁극적으로 미국 현지 취업을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고, 또 그렇게 취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 휴스턴의 Oil & Gas 관련 회사에서도 대부분의 SME(Specific Matter Expert) 가 Ph.D 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에서도 박사학위에 대한 인정도가 상당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업 안정성이라는 면을 봐도, 높은 학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더 고용 보장이 잘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약간 다른 시각에서 미국의 직장 생활을 보면, 이곳 학부생들의 경우 대부분 만 23살 언저리에서 졸업과 취업을 통해 향후 경력을 쌓아 나가고, 미국 회사의 특성상, 신입이 복사나 청소같은 허드렛일에 투입되는 일 없이 그냥 회사에서 그사람에게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발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경험만을 봤을 때, 그렇게 시작해서 10년이상 성실하게 일을 배우면 업무와 관련 지식이 상당수준에 올라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회사에서의 직급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 이전에 Oil & Gas 분야 엔지니어링 회사 중에서 실력과 명성 모두 최고인 T사와 인터뷰를 했을 때 인터뷰어중 한 명이 Principal 엔지니어였는데, 나중에 그녀의 링크인 경력으로 대충 계산해 보니 당시의 나(만 33세)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약간 많았다. 한국인 남자 유학생 기준이면, 병역 기간을 고려해서 그때쯤 박사학위가 겨우 나올 시기다.

내가 이곳에서 들은 바로는, 이곳 휴스턴에 있는 Oil & Gas Upstream 의 엔지니어링 분야는 박사학위를 따고 졸업한다고 바로 Principal 엔지니어로 뽑아주지는 않는 것 같다. 심지어 바로 졸업한 박사급 인재에게 회사에서 시니어 자리를 주는 경우도 많이 못봤다. 그렇다고 박사학위가 있으면 빛나는 속도로 고속승진이 이루어 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분야의 일을 회사가 주느냐 하면 이것도 아주 운지 좋지 않으면 "No"다. 주변 한국인 유학생 출신 박사 엔지니어들의 엔지너어링 커리어 트랙을 보면, 대충 40대 초중반에 Princical 자리를 받는 경우가 있던데, 그런 걸 보면 혹시 '학사든 석사든 박사든 진급 속도 (취업 후 Principal 엔지니어가 되기까지 10년 좀 넘게 걸리는) 에는 크게 차이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한 예로 회사의 매니저로의 승진을 생각해보자. 이곳 매니저 역할이라는 게 사람/시간/돈을 관리하는 일인데, 예를들어 공학석사나 박사가 있다고 해서 인간관계 스킬까지 박사급으로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연구기간동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을 경우, Socializing skill 을 사회에서 충분이 기르지 못한 상태로 회사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대의 예로 내가 일하는 프로젝트의 PM이 한국계 1.5세인데, Texas A&M Univ.를 학사로 졸업하고 MBA학위를 받은 40대 초반 아저씨다. 40대 초반이라도 졸업 시기를 20대 초반으로 잡으면 이미 경력만 20년 가까이 된 셈이고, 그 정도 시간이면 이바닥에서 자리를 상당히 굳게 잡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만약 이 아저씨가 30대 초반에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했으면 지금 그 자리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을까?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보장은 없다.

또한 공부하는 기간동안 회사만큼 큰 돈을 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Long-term으로 버는 돈을 계산했을 때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만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취업을 위해서 현지인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경쟁자보다 더 우월한 점을 내세우기에 대학원 학위만큼 효과적인 스팩도 없다. 결과적으로 취업을 위해서 대학원 학위가 필요할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이것만큼은 외국인 입장에서 구직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1세대 공돌이 유학생

미국에서 태어나면 2세대, 부모님을 따라서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오면 1.5 세대라고 하던가. 한국에서 혼자 어릴 때 유학을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단 1세대 유학생 중에서도 대학을 (혹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 나이로 20대 중후반 이후에 미국으로 넘어오는 1세대 유학생에 대해 생각해보자.
 
남자의 경우만 생각해보면 병역을 해결하고 유학을 나올 경우에는 대부분 20대 중반을 넘어선다. 만약에 한국에서 직장 경력이라도 있을 경우에는 30대 초중반 이후에 유학을 나오는 경우도 많다. 또 그 나이에서는 배우자 혹은 배우자 + 아이가 함께 미국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럴 경우에 개인적인 공부 외에도 가족과의 시간을 잘 할애해야 하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도 유학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내 경험상 나이가 많은 만큼 영어에 익숙해 지기까지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는 것 같고, 배우자 및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한인 교회와 같은 한인 커뮤니티에 좀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렇게 되면 영어와 더 멀어지고, 그만큼 수업 및 주변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편해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지만 이 부분 만큼은 가족이라는 단위의 이익을 생각해서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좋다 혹은 안좋다라고 결론내리기가 어렵다.
 
공대생의 경우에는 언어보다 공학적인 부분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 있는 동안 공부와 리서치, 그리고 졸업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또 전공에 따라서는 학교에서의 성과를 발판으로 취업까지도 쉽게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Workingus.com 같은 웹사이트에서는 공대 유학을 가장 확률이 높은 미국 취업의 길이라고 말하는 글이 많은데, 경험상 그게 꽤 근거가 있는 말이다.
 
그렇게 기쁨과 함께 취업한 다음이 장밋빛 커리어패스라는 보장은 없지만, 우선 1세대 공과대 대학원 유학생의 "졸업 및 취업"은 그나마 다른 전공에 비해서는 쉬운 편이고, 선례도 많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검증이 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취업한 직장에서 승승장구해서 그 기업의 요직까지 올라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2013년 11월 24일 일요일

출근하기 전 일요일 밤

취업한 지 이제 세 달 남짓. 오늘도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해서 일찍 잠든다. 한국같았으면 그냥 끝나가는 주말이 아쉬웠을 텐데... 여기에서는 딱히 주말이 아쉽지는 않지만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주일에 대한 긴장감이 서서히 몰려온다. 나는 언제쯤 여기서 일요일 밤에 긴장 안하고 잠들 수 있을까.

2013년 11월 19일 화요일

두 번째 블로그

원래 네이버에 블로그가 있긴 했는데, 워낙에 폐쇠적으로만 사용을 해와서, 이참에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지난일도 포함해서 유학, 직장생활, 그리고 소소한 일상과 고찰을 남겨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