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미국 유학이 내 인생의 플랜 C 정도 되었던 시절, 나는 경영 컨설턴트가 되고 싶었다. Top Tier 펌에 있는 컨설턴트들의 무시무시한 고스펙과 또 겉으로 드러나는 똑똑함, 그리고 무엇보다 대기업의 경영진과 직접 경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업무상 혜택등이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또 그 사람들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 그 진입장벽 밖에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진입장벽 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대단해 보이고, 나도 그사람들처럼 언젠가는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플랜 C 가 A, B 를 제치고 올라온 이유는 간단하다. A, B 가 다 안된거지. 그리하여 2010년 8월까지 관심도 없었던 대학원이 바로 그 다음달부터 인생의 목표가 됐다 (정확히는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이 목표였지만). 운 좋게 벼락치기로 준비한 시험을 내서 미국까지 넘어왔지만,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동안 학교에 머물면서 교직을 장래 희망으로 생각하게 된 학생들과 사고방식에 제법 큰 Gap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그전까지 학계고 뭐고 아는 바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대학원에서 만난 학생들이 한국 교수직을 목표로 공부와 연구에 매진하는 것을 보며 예전에 맥킨지 컨설턴트를 바라보던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나 그 학생들이나, 자신이 인생에서 겪은 체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 직업이 최고다"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한 번은 그런 학생 중 한 명과 서로의 시각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는데 사실 나는 그 학생의 장래 희망이 이해가 안됐고, 그 학생역시 지난 시절의 내 꿈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 대화는 나에게 참 귀중한 경험이 됐다. 물론 교직이 목표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연구가 좋아서",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등등 다양하긴 한데, 꽤 많은 경우에 "한국에서 교수직은 인정을 받으니까" 라는 답변이 붙어서 온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일까? 내가 "한국에서 맥킨지(꼭 맥킨지 아니더라도 비슷한 회사) 다니면 인정받지"라고 말했을 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뭐하러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고 오래 머물지도 못할 회사를 고생해서 가냐 이거다. 백번 맞는 말이다. 나도 "훗날 학생을 가르치고 싶고 + 인정받고 싶어서"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대학교까지 해서 10년 넘게 투자해서 얻은 그 직업이, 보수는 괜찮냐고. 그럼 또 별로라는 답변이 온다. 그럼 왜 그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게 되는 이유다. 서로 인정받는 자리, 즉 명예에 대한 지식과 관점이 다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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