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6일 월요일

저유가 시대의 휴스턴

고공 행진을 하던 유가가 날개없는 하락을 계속하는 동안, 휴스턴의 Oil & Gas 관련 회사들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시간을 겪고 있다. 당장 채산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전/가스전을 개발하려던 프로젝트는 취소되거나 운이 좋아봐야 연기되었고, 스케쥴에 맞춰서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려고 뽑았던 고급 인력들은 고스란히 오버헤드 코스트가 되어 회사의 경영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럴 때마나 한 번씩 나오는 '위기는 곧 기회다' 같은 캐치프레이즈는 역설적으로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가 진짜 휘청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잘 묘사해준다. 원유 가격처럼 투기의 대상이 되기 쉬운 아이템은 오를 때는 수요/공급의 균형점 이상으로 오르면서, 내릴 때는 정말 바닥이 보이지 않고 바닥에 내려와도 언제 반동을 할 지 예측이 어렵다. 그렇게 더 많은 불확실성이 더해진 원유 가격이 떨어질 때면, 필요 이상의 수요에 베팅을 했던 투기세력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구매/건조 인력들이 일거리를 잃거나, 심하면 직업을 잃기도 한다.

큰 그림 안에서 사이클을 보면, 유가가 조금씩 오를 때 지속되던 투자가 잘 굴러가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투자를 넘어서 투기 수준의 돈이 Oil & Gas 에 흘러들어오는데, 사업자들은 이걸 조심스럽게 흘려버리는 게 아니고 오히려 투기조차도 레버리지 삼아서 필드 개발을 하려고 용감한 계획을 짜고, 시행자들은 짜여진 계획의 수행을 위해서 인력을 끌어모으는 거다. 어차피 모멘텀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 거품은 꺼지는 법. 한국의 부동산 투기 욕할 거 없다. 여기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투기의 현장이다.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같은 고통의 시간이 그야말로 한밤의 도적같이 찾아 온다.

문제는 항상 그렇듯이 막차를 탄 사람들이 대체로 가장 큰 짐을 지게 된다는 거다. 쉐일 가스 사업에 뛰어든 중소기업들이나, 해양 및 해저 개발로 영역을 녋힌 Onshore 회사들, 그리고 과감한 M&A 를 통해서 지갑이 빠듯해진 기업들에게 지금같은 시기는 기회는 커녕 진정 어마어마한 위기다. 더불어 그 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많은 직장인들도, 엄한 배를 타고 가다가 빙산 만난 격이 되어 본인 능력으로는 어찌 해볼 수가 없는 고용 불안을 겪게 된다.

영주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지금같은 시기는, 정말 넘기가 힘든 심리적인 보릿고개다. 다른 때 같으면 연말 보너스가 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도 지금같으면 오늘 하루 고용이 연장된 것으로 감사하게 된다. 인터넷의 Oil & Gas 관련 웹사이트 및 기사거리들은 이미 연초부터 어디가 얼마나 해고했다더라 하면서 연일 떠들어대고, 당장 회사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사람들이 줄어드는게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딱 무장 해제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있는 기분이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지금이 시중에 품질 좋은 인력들이 대거 나와있는 시기인 것도 맞다. 특히나 Dr. Michio Kaku 가 토론회에서 대중에게 "US secret weapon", "Genius visa" 로 소개했던 취업비자(H1b visa) 지원자 내지는 취업비자를 소지한 구직자를 찾는게 지금처럼 쉬운 시기는 근래에 별로 없었을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구직을 못했든, 혹은 이전 직장에서 해고를 통해서 나왔든, 직장을 찾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도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마다하지 않는 고급 인력들이 물반 고기반으로 마켓에 나와있는 시대. 그것이 지금, 2015년 3월 휴스턴 Oil & Gas 산업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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