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5일 금요일

"XX이는 공부는 잘 했다는 것 같은데, 사람은 어때요?"

아주 전형적인 레퍼런스 체크 질문이다. 어차피 공부야 성적표 한 장만 봐도 대충 나오는 법. 그런데 공부 잘하는 것과 별개로 그 사람과 몇 년동안 매일아침 얼굴을 마주쳐야 한다면 성적표만 가지고 결정을 할 수는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성적은 필요한 정도만 채우고 성격이 아주 나이스한 사람을 고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경험한 한국의 회사처럼 수직/상하 관계가 많은 조직에서 내가 윗사람이면 좀 덜하겠지만, 지금 직장처럼 상사와 부하가 역할상으로만 나눠지고 실제로는 거의 수평관계인 조직에서는 개인의 성격이라는게 때로는 성적표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마 한국에서도 서로의 권한을 존중해주고 또 서로 오래 봐야하는 조직이면 사람을 뽑을 때 이런 조사가 들어가지 않을까?

또 성적은 숙제를 제때 잘 내고 수업을 안빠지는 성실함과, 시험을 잘 준비해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당연히 잘 나오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직장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로 하기도 쉽지 않고 실천하기는 더 어렵다. 참고서를 사더라도 실제로 성공 가능한 건 공부쪽이지 회사 인간관계기술은 책 좀 읽는다고 쉽게 향상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조차 회사에 들어가면 공부 아주 잘해야 간다는 대학교 출신들이 꽉막힌 사람 취급이나 받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4년 8월 14일 목요일

Paper 를 써보면서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쓰는 거라 수월하게 갈 줄 알았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뭐하나 쉬운게 없다는 말이 딱인 듯. 내가 쓴 논문을 다시보니 이해가 안가다가도 막상 이해를 하고 보니 잘못 쓴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지금와서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그냥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기로...다시 잘 생각해보면 석사논문 하나 썼다고 글쓰기 숙달이 되었을 리도 없고, 8년을 일하다가 2년동안 짧게 공부한 내용이 머리속에 잘 남아있기도 어려운 게 당연하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하나 써서 최근에 어드바이저에게 최종 제출했다. 그나마 그것도 교수님께서 수정을 봐주시고 나서야 겨우 완성. 근데 이것도 왠지 제출하는게 끝일 것 같지가 않다는...

I quit.

7월 초부터 H1b transfer 준비와 처리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8월 중순에야 회사에 이야기를 꺼냈다. 
"항상 도와주고 지지해줘서 고맙다. 이런말을 하게 되어 유감이지만...(중략) 이것은 공식적인 사직서이며 매니지먼트에 전달해주면 감사하겠다"

뭐 이런 내용이다. 그 다음부터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것처럼 소문이 인터넷 전산망의 속도로 전파되고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동료와 매니저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슬쩍 나타나는 것이 거의 정해진 절차. 대부분의 대화에서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 "어디로 가는거냐", "가기 전에 점심 한 번 먹자" 뭐 이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더불어 가끔은 "여기 내 이력서다 가지고 있어라" 뭐 이런 것도 있다.

그리고는 좀 높은 사람과의 면담이 이어진다. 

면담의 요지는 "어떻게 하면 안 나갈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냐". 혹시나 업무상 불공평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지, 아니면 옮겨가고 싶은 팀이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지는 않은지, 그것도 아니면 영주권을 바로 해주거나 연봉을 더 올려주면 어떤지 등 직간접적으로 부드럽게 다 훑어본다. 사실 뭐 회사에 아주 서운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남아있을 생각이 0%인 상황이라 그냥 질문마다 여지를 안남기는 답변이 나간다. 그 대신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근래에 나갔던 사람들이 했던 말이 있었는지, 혹시 C라는 매니저가 업무상 어떤 시점에 너에 대한 업무 배치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냐는 질문이 나온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사실대로 말하면 C는 체크메이트. 미안하지도 않지만 나는 분명 이야기 꺼내지 않았다고 마음속으로 둘러대며 굳히기에 들어간다. 앞전에 나갔던 사람들이 아주 연설을 토하고 갔었나보다...

아무튼 그렇게 미국 두번 째 직장으로 옮길 준비가 되었다. 아래는 Bechtel 의 추억 사진 두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