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1일 토요일

2015 KOEA Career Development Forum (11/19, Embassy Suites by Hilton Houston - Energy Corridor)

저번주에 치룬 KOEA 연례행사 중 마지막 행사.

원래 매년 Young Professional Workshop 으로 열리던 젊은 엔지니어와 학생들을 위한 행사였으나, 올해는 Junior 및 Senior level 을 모두 겨냥하기위해 이름도 바껴서 준비가 되었다. 포럼의 화두는 'Career Development'. 

첫번째 세션은 '나를 어떻게 보여줘야 (Sell) 하냐', '회사가 나를 실제로 평가하는 잣대가 무엇이냐', '구직의 Fact & Myth' 와 같은 구직 및 커리어 초기의 중요한 포인트들이 주제였고, 이 주제에 대해서 몇몇 회사의 Hiring manager 들의 의견과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용의 전달과 함께 상호 교류를 중요한 목적으로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Q&A 시간을 듬뿍 넣어두었고, 예상보다 많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세션은 더욱 오픈된 공개토론 시간. 페널리스트로 지원해 주신 몇몇 시니어급 선배님들을 앞에 앉혀서, 그분들에게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서로 답하는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추임새처럼 몇몇 페널리스트 분들이Critical moment in career 같은 개인적인 경험도 나누어 주셔서 더욱 값진 시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질문 중에 하나는, 경력이 있는 석사과정 학생이 "제가 박사를 하는게 좋은까요?" 라고 물어본 것이었다. 질문 내용은 심플했지만, 그야말로 폭발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결론은 비밀. 훗).

또한 회원들의 교류와 Career Development 를 위해서 (신청자에 한해서) Mentorship 을 연결해주는 시간도 있었는데, 이런 작은 연결이 훗날 어떤 도움이 될 지 궁금해진다. 아래는 행사 사진 몇 장.

* 마지막으로 사진에는 안나와 있었지만, 이번 행사 호텔 식사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비꼬는거 아니고). 펀드가 넉넉하면 당분간은  같은데서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저유가 그리고..

미국 남부를 포함한 전세계 Unconventional oil 개발의 폭발적인 증가와 Conventional oil 의 대명사인OPEC 의 증산, 게다가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에서 앞으로 쏟아져 나올 석유 제품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고 석유 제품의 공급이 수요을 확연하게 능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까지 낮은 유가에서 행복할 업체는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 회사가 됐던 나라가 됐던 공급을 맡고 있는 주체들의 생산량이 줄어들어서 수요 공급이 다시 어느정도 유지가 되어야 유가도 안정되지 않을까 싶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유가가 다시 회복했을 때, 과연 Deep water 분야의 석유 시추가 예전처럼 각광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지상에서 드릴로 땅을 파고드는 Shale oil 개발이 심해 및 초심해까지 내려가서 드릴링을 하는 것보다 싸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예상되는 부분이고, 지하수의 오염이나 지하 공동증가로 인한 지진의 가능성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지상에서의 개발을 완전히 원천봉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브레이크가 되어준다는 보장도 없어 보인다 (물론 가능할 수도 있다).

지금 시장은 중소규모 업체들이 투자금을 끌어모아 Shale oil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지만, 저유가에 넉아웃 당해서 그 업체들이 빠지면 그 자리에 자본력이 큰 대기업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 부분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 일개 엔지니어의 순수한 상상). 만약에 그게 Oil major 같은 회사들이면 그 다음에 뭐한다고 바다 깊은데까지 갈까 싶다 (그냥 땅이나 파지). 단지 오랜 기간 걸쳐서 탐사도 마쳤고, 투자와 개발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는 몇몇 Offshore 프로젝트들은 멈출 수도 없을테니 그냥 Go 할거다. 그렇다고 심해에서 파는 기름이 땅에서 나오는 기름보다 이윤이 높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란 항상 사람의 예측을 벗어나는 법. 다시 고유가 안온다는 보장도 없다. 천재지변, 전쟁, 정치 및 경제적인 이해관계 등 뭐 하나라도 터져서 오일 시장에 긴장감 한 번 조성되면 또 기름값 훅 뛰겠지. 거기까지는 일개 엔지니어가 알 부분이 아니고, 중요한 건 앞으로 몇 달 (혹 몇 년) 은 Oil & Gas 의 Upstream 분야에서 먹고살기가 좀 팍팍할 것으로 보인다는 거다. 일상에 감사하고 운동 꾸준히 하고 성실하게 일 하면서 살자.

2015년 7월 17일 금요일

해양 플랜트 기자재 국산화

아무런 근거없는, 그야말로 순도 100%짜리 나의 개인적인 시각에는 한국 대형 조선소들이 적자가 날 것을 알면서도 그저 그 해 실적을 위해서 대형 해양 플랜트 EPC 프로젝트에 저가입찰을 하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예상 범주이내이거나 혹은 그것을 좀 더 벗어나는 적자가 발생하는 게 무슨 정해진 수순처럼 보인다. 물론 근래에 발표된 말도 안되는 (2조~3조원에 이르는) H, D 조선소의 회계 적자는 사장단 교체 시기와 맞물려서 '넘어진 김에 쉬고 가지' 마인드의 '털어내기'처럼 보이지만...

2009년인가 내가 참여했던 해양 플랜트의 EPC 프로젝트에서도 그 프로젝트를 1조원이 조금 넘는 액수로 수주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주변의 고참 선배들이 불안하다 하셨던 기억이 난다. 듣자하니 저가 수주했다는데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거고 그게 쌓이면서 결국 것잡을 수 없이 소위 '빵꾸'가 난다고... 회사의 경험 부족으로 적자가 났다고 하지만, 창사이래로 수십년간 이런저런 해양 플랜트들 수주 하면서 '초기견적 대비 상당히 큰 견적 빵꾸가 나드라' 정도의 지식은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프로젝트 스케줄에 쫒겼던 당사자로서의 경험상, 프로젝트 스케줄 자체가 좀 더 설계에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구조였으면 적어도 Weight control 을 실패해서 EPC 중간에 설계를 변경하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상황은 모면했을 거라고 지금도 확신한다. Naval Architecture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건 마치 물 끓이고 라면이랑 수프 부었는데 메뉴 오더가 우동으로 바뀐 상황이다.

근래에 조선해양 관련 기사를 읽다보니 한국 모 조선소의 기자재 국산화 이야기가 보이던데, 상선이면 모를까 해양플랜트에 그런 게 전략으로 통할 지 모르겠다. 컨테이너선 같은 상선들이야 막말로 기자재를 뭘 쓰던 (국산이든 외제든) 요구되는 선급 및 몇 개 단체의 룰만 만족하면 바다에 띄워서 돌리면 되고, 행여 사고가 나도 배 하나 가라앉는 정도의 피해면 끝나지만 원유 캐는 해양플랜트가 가라앉으면... 이건 피해액 단위가 다르다. 게다가 상선 선주 입장에서는 룰이야 선급이 감리하니까 당연히 지켜진다고 보고, 조선소가 싸게 만들어 준다고 하면 '값싼게 최고지' 하고 넙죽 받아서 쓰면 그만이지만 해양플랜트는...그게 아니거든. 룰도 못미더워서 훨씬 엄격한 내부 프랙티스를 들이대고, 기자재도 돈을 더 내더라도 안전하게 좋은 걸로 가고싶은게 오너 심정인데 무슨 얼어죽을 저가 입찰에 기자재 국산화... 솔직히 한국에서 기자재 국산화 한다고 하면, '오 그럼 노르웨이 제품보다 품질이 훨씬 좋겠네?' 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밤에 술먹고 쓰는 순도 100%짜리 개인 의견으로는, 요새 한국 해양 프로젝트들 모양새가 남 잘되는 꼴 못보는 심보때문에 3사가 알아서 저가수주 들어가고, 경험이 부족하니 어쩔수 없이 프로젝트 관리가 안되서 여기저기 추가 적자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손해가 안나게 적당한 마진을 책정하는 게 수순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게 발주처 입장에서는 오히려 보기 좋은 모양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익이 보장되면 원가 쥐어짤라고 무리하지는 않을테니깐. 근데 세계 최고 3사가 그런식으로 EPC 에서 돈을 남겼다는 기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비꼬는게 아니고 정말 궁금하다.


2015년 5월 9일 토요일

KOEA (Koean-American Offshore Engineers Association)

Website: http://koea.us

휴스턴에 근무하는 Oil & Gas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이며, 2003년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현재 비영리 단체로 등록되어 있음). 설립 당시에는 10명이 안되는 인원들이 모여 지식 교류와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2015년 현재 회원수가 400명(정회원은 약 250명)에 이르는 모임이 되었다. 구성원들도 초기에는 Naval Architect (Marine Engineer) 및 Civil Engineer 들이 주축이었으나,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의 Engineering discipline 뿐만 아니라 HR, Sales, Legal 등을 포함하여 그야말로 휴스턴 Oil & Gas 산업의 모든 한국인 (혹은 잠재적인 한국계 미국인)들이 소속된 단체로 거듭나고 있다.

매년 Committee 를 구성하여, 분기별 행사인 Technical seminar 와 연례 행사인 Annual forum, Young Professional Workshop 을 개최한다. 또한 행사 겸 이벤트인 가을 Picnic (Golf tournament 로 대체하기도 함) 도 있다. Committee 는 자원봉사이며, 한 번 맡으면 임기는 1년인데, 연임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지금 그렇다... Committee 의 규모는 2013년도까지 3~5인 규모에서 유지되다가 2014년도부터 12~15명 규모가 되면서 역할의 세분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다시 이것이 행사 준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하지는 않지만, 행사 준비 등의 비용을 모으기 위해 회사 등의 단체로부터 스폰서쉽을 받고 대신 Annual forum 에서 광고를 해주는 형태로 연간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 Annual forum 에는 보통 250명에서 300명 정도가 참석하는데, 개중에는 KOEA 회원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다니는 회사의 동료/상사 및 한국에서 OTC 기간에 방문하는 회사/정부기관 등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Oil & Gas 분야의 다양한 구성원이 한 곳에 모일 기회도 흔치 않기 때문에, 기업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자원 봉사의 형태로 참여하면서 구직의 기회를 찾기도 한다. 

회원 자격은 "휴스턴의 Oil & Gas 분야의 미국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계 미국인" 이지만, 영주권이 없는 취업비자 소지자 및 OPT 의 경우도 미래에 미국에 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 또한 미국회사가 아닌 해외 베이스 회사들도, 휴스턴에 법인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융통성 있게 등록을 승인하는 편이다. 다만, 주재원의 경우는 2~3년간 머무는 '파견'의 형태로 간주하여 정회원 등록을 승인하지 않는다. 대신 게스트 회원으로 등록 가능하다.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행사 참여시 돈을 받지는 않지만 원칙적으로 정회원으로 등록되지는 않고, '학생' 으로 분류되어 따로 관리된다. 

또한 기본적으로 회원 가입시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있지 않은 만큼, 역으로 회원들의 개인정보 관리에 매우 신경을 쓴다. 다시 말해 그 어떤 경우에도 회원 명단 및 회원들의 소속사, 연락처 등의 개인 정보를 넘겨주는 경우는 없다. 꽤 빈번하게 한국의 회사나 정부 기관에서 KOEA 회원들 이름이나 연락처 명단을 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그 사람들이 미워서 안주는 게 아니고, 허락없이 회원들 개인정보를 넘겼다가 소송이라도 걸릴까봐 무서워서 못주는 거다. 

앞서 KOEA의 다양한 행사와 운영 방침 등을 소개했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단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해고의 위기에 처한 (혹은 해고를 당한) 회원들을 신속하게 돕기 위해서" 라고 생각한다. 네트워킹의 기회와 장소를 끊임없이 만들어서 서로 잘 알도록 도와주고, 유사시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유가 시대에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KOEA 가 되었으면 한다. 아래는 5월 7일에 휴스턴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KOEA annual forum 사진 한 장.




2015년 4월 4일 토요일

Astute class submarine


-주요 재원-
Displacement: 7,400 tonnes (Submerged)
L/B/D: 97 m / 11.3 m / 10 m
Test depth: Over 300 m
Top speed: 30 knots (56 km/h)
Crew: 98
Armament6 × 21-inch (533 mm) torpedo tubes with stowage for up to 38 weapons ( Torpedo + Tomahawk missile)

영국이 자랑하는 원자력 잠수함. 전세대 잠수함인 트라팔가(Trafalgar) 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90년대 초반부터 장장 5년여에 걸친 Risk reduction study 후, 1997년도에 발주, 2001년에 착공, 2007년도에 진수, 2010년도에 드디어 취임했다 13년동안 뭐한거냐 . 주요 재원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잠수함의 강점은 스텔스 기능이다. 39,000 개의 어쿠스틱 타일을 선체외부에 설치하고 약 4,500 km 이내에 있는 수상함을 잡아내는 고성능 소너(Sonar)를 장착함으로써, 최고의 작전능력을 갖추게 됐다. 영국 언론에서 "아기 돌고래보다도 조용하다" 라는 평을 내놓을 정도의 정숙성이라고 한다. (참고로 현재 대한해군이 운영중인 214 class 잠수함은 앞서 호주 해군에서도 채택이 되었는데, 시운전 결과를 놓고 해저의 롹스타라는 혹평은 받은바 있다). 특히나 잠수함 대 잠수함의 전투가 되면 관건은 화력이 아니고 함 자체의 정숙성과 스텔스 기능을 통해서 적의 소너망을 피하고, 반대로 아군은 소너를 최대한 활용해서 적의 위치를 잡아내는 것인데, 소너야 뭐 '좋은거 사면 되지'라고 해도 이 스텔스 기능은 어떤 타일을 어디에 어떻게 붙이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선체 형상 및 타일 설치에 대해 상당히 오랫동안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런것도 그만한 지식과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거지만...

원자력 잠수함답게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도 화려한데 현재 취임한 1~3번함까지의 (공개된) 가격은 척당 약 1,160 M 유로 (한화 1조 2천억원)이다. 이 가격이면 사실 좀 더 붙여서 이지스함 한 척을 지으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그만한 값을 하는 잠수함이겠거니 한다. 동체가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보다 조금 작아서 그런지 선체 중앙부 근처에 Vertical launcher 는 설치되지 않았고, 대신에 선수부에 있는 Torpedo tube 에서 Torpedo 및 Missile 이 모두 발사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Tomahawk missile 의 경우 사거리가 약 2,000 km 에 이른다. 대륙간 탄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미 기술한 Sea wolf 나 나중에 기술할 Virginia class 에 비하면 조금은 약해 보이는 화력이지만, 영국이 표방하는 것은 한 국가를 박살내버리기 위한 파괴자급 그런건 미국이 만들면 돼 이 아니고 작전용 잠수함이다. 쉽게 말해 "행여 니가 내 나라에 핵공격을 하면 니가 모르는 곳으로부터 니 나라에 핵 소나기를 선물하마" 라는 미국의 철학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일정 지역 내에서 수상함과 함께 함대를 짜서 움직이거나 침투작전을 돕는데는 더없이 막강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동력부를 설계/제공 하는 회사가 롤스로이스. 자동차나 만들고 있을법한 이 회사가 사실은 기계공학의 스펙트럼 내에서 상당히 다양한 비지니스를 하고 있다. 예전에 조선소에 있을때도 자기네 회사 마케팅 한다고 와서 광고하고 브로셔 나눠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역시 원천기술이 강한건가... 아래는 Astute class 잠수함 사진 몇 장.



2015년 3월 21일 토요일

운과 노력

2005년도부터 시작되어 금융위기 이전까지 이어진 조선 시장의 소위 '슈퍼 사이클'은 국내 메이저 조선소의 자산 규모 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조선 산업이 자리잡았던 위상을 매우 단기간에 몇 단계씩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2004년에 입사했던 내가 기억하던 현대중공업의 주식은 코스닥에서도 보기 힘든 폭발적인 상승과 랠리를 이어갔고, 채용에서도 내가 입사했던 해에 뽑은 인력의 몇 배나 되는 인력을 매년 뽑아댔다. 전국의 조선해양 전공자들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본교든 캠퍼스든 상관없었다) 은 갑자기 메이저 3사 를 골라서 갈 수 있었고, 그렇게 있는 전공자를 족족 뽑아도 조선 관련 인력이 부족해서 뒤늦게 많은 대학교들이 조선관련 학과를 부설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에 조선소마다 인력 유치를 위해 초봉을 대폭 끌어올리는 바람에 대졸 신입사원의 초봉이 5,000만원에 육박했다. 회사의 인기가 더욱 치솟으면서 급기야 원래 조선소에 관심을 안가지던 타과 전공자들까지 몰리기 시작했고, 입사 경쟁률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숫자에 이르렀다.

2007년, 지방의 조선소에서는 별 관심 없던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선주들의 돈주머니를 사정없이 털어냈고, "만들라고 발주는 했지만 줄 돈은 없다"는, 그야말로 무슨 정치인이 청문회에서나 뱉을 법한 수준의 황당한 코멘트가 조선소에 속속들이 도착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전공이 조선이면 학교도 안보고 뽑는, 온세상이 행복할 것 같은 상황이 급변해서 이제는 당신이 최고의 학교에서 정확하게 조선소와 맞는 전공에서 1등으로 졸업해도 취업의 기회가 없다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기를 뒤흔드는 큰 파도앞에서 개인의 노력이 허무하게 쓸려가는 현실을 보면서, 내가 원래 싫어했던 '운친기삼'같은 소리가 허튼소리가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깨달았고, 또 그렇게 단순히 졸업시기 차이때문에 승선 기회를 놓친 우수한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난 우수하지도 않았고 졸업도 그냥 생각없이 했거든

2013년 봄, 그러니까 강산이 조금 바뀔만큼 시간이 지나서 다시 구직을 해야하는 상황이 찾아왔고, 머나먼 이국 땅에서 다시 기가 막히게 슈퍼 사이클의 막차에 올라탔다. 실력이 별루라 운이라도 좋았던 걸까.. 졸업 반년 전부터 지원도 안한 회사에서 인터뷰를 보자고 전화가 오고, 심지어는 전화상으로 연봉과 베네핏을 제시하면서 당장 일할 수 없겠냐는 곳도 있었다. 이름없는 작은 회사도 아니고, 정말 굵직한 회사들이 그러는 상황이었다. 졸업 시점에 테이블에 오퍼 5개를 놓고 선택을 했고, 원래 이바닥이 다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에 몇몇 주변 지인들에게도 나처럼 유학 오는게 어떠냐고 권유하곤 했었다.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다행히 내가 권유해서 온 사람은 없었지만, 만약에 지인이 내 말을 듣고 2013년부터 유학을 준비해서 이곳으로 왔으면 지금쯤 내 멱살을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유가가 뚝 떨어지면서 잡마켓이 얼어붙는 현실 한가운데에서 주변을 살펴보면, 왜 Oil & Gas 분야의 연봉이 타 분야에 비해서 높은지 이해도 된다. 뭐 그런다고 그 연봉을 잘 쪼개서 불황때 버틸만큼 따로 모아놓는 사람이 있을거라고는 생각 안하지만. 결국 High Risk, High Profit 이라는 거다. 아무튼 하루하루 긴장되는 직장 생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정적이었던 예전 한국생활로 돌아가고 싶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그렇지는 않다" 다. 단지 예전에 철없던 시절에, 내가 쌓은 경력과 미국에서 조금 더 공부한 지식이면 나 하나쯤 취업할 회사가 없겠냐라는 식의 위험천만한 생각은 좀 아니었다는 거다. 운이 좋았다는 말도 지금은 수긍하고, 무엇보다 주변에서 나를 위해서 기도를 많이 해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5년 3월 16일 월요일

저유가 시대의 휴스턴

고공 행진을 하던 유가가 날개없는 하락을 계속하는 동안, 휴스턴의 Oil & Gas 관련 회사들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시간을 겪고 있다. 당장 채산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전/가스전을 개발하려던 프로젝트는 취소되거나 운이 좋아봐야 연기되었고, 스케쥴에 맞춰서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려고 뽑았던 고급 인력들은 고스란히 오버헤드 코스트가 되어 회사의 경영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럴 때마나 한 번씩 나오는 '위기는 곧 기회다' 같은 캐치프레이즈는 역설적으로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가 진짜 휘청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잘 묘사해준다. 원유 가격처럼 투기의 대상이 되기 쉬운 아이템은 오를 때는 수요/공급의 균형점 이상으로 오르면서, 내릴 때는 정말 바닥이 보이지 않고 바닥에 내려와도 언제 반동을 할 지 예측이 어렵다. 그렇게 더 많은 불확실성이 더해진 원유 가격이 떨어질 때면, 필요 이상의 수요에 베팅을 했던 투기세력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구매/건조 인력들이 일거리를 잃거나, 심하면 직업을 잃기도 한다.

큰 그림 안에서 사이클을 보면, 유가가 조금씩 오를 때 지속되던 투자가 잘 굴러가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투자를 넘어서 투기 수준의 돈이 Oil & Gas 에 흘러들어오는데, 사업자들은 이걸 조심스럽게 흘려버리는 게 아니고 오히려 투기조차도 레버리지 삼아서 필드 개발을 하려고 용감한 계획을 짜고, 시행자들은 짜여진 계획의 수행을 위해서 인력을 끌어모으는 거다. 어차피 모멘텀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 거품은 꺼지는 법. 한국의 부동산 투기 욕할 거 없다. 여기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투기의 현장이다.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같은 고통의 시간이 그야말로 한밤의 도적같이 찾아 온다.

문제는 항상 그렇듯이 막차를 탄 사람들이 대체로 가장 큰 짐을 지게 된다는 거다. 쉐일 가스 사업에 뛰어든 중소기업들이나, 해양 및 해저 개발로 영역을 녋힌 Onshore 회사들, 그리고 과감한 M&A 를 통해서 지갑이 빠듯해진 기업들에게 지금같은 시기는 기회는 커녕 진정 어마어마한 위기다. 더불어 그 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많은 직장인들도, 엄한 배를 타고 가다가 빙산 만난 격이 되어 본인 능력으로는 어찌 해볼 수가 없는 고용 불안을 겪게 된다.

영주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지금같은 시기는, 정말 넘기가 힘든 심리적인 보릿고개다. 다른 때 같으면 연말 보너스가 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도 지금같으면 오늘 하루 고용이 연장된 것으로 감사하게 된다. 인터넷의 Oil & Gas 관련 웹사이트 및 기사거리들은 이미 연초부터 어디가 얼마나 해고했다더라 하면서 연일 떠들어대고, 당장 회사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사람들이 줄어드는게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딱 무장 해제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있는 기분이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지금이 시중에 품질 좋은 인력들이 대거 나와있는 시기인 것도 맞다. 특히나 Dr. Michio Kaku 가 토론회에서 대중에게 "US secret weapon", "Genius visa" 로 소개했던 취업비자(H1b visa) 지원자 내지는 취업비자를 소지한 구직자를 찾는게 지금처럼 쉬운 시기는 근래에 별로 없었을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구직을 못했든, 혹은 이전 직장에서 해고를 통해서 나왔든, 직장을 찾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도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마다하지 않는 고급 인력들이 물반 고기반으로 마켓에 나와있는 시대. 그것이 지금, 2015년 3월 휴스턴 Oil & Gas 산업의 모습이다.

2015년 1월 28일 수요일

엔지니어가 보는 엔지니어링 컨설팅


사실 R&D 나 컨설팅처럼 해석을 위주로 하는 집단은 평균적인 학력도 높은 편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분야의 꽤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의 분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고객을 포함해서 많은 주변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인정해 준다. 게다가 그 분야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고객이 프로젝트를 들고오는 비지니스 모델이 형성되기만 하면 사업 자체도 잘 굴러가기 시작한다. 다만 '특정'분야라는 말 답게, 날이면 날마다 그 분야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게 함정. 예를 들어 폭발과 관련된 Risk analysis 같은 거는, 규모가 왠만큼 큰 프로젝트가 아니면 잘 안한다. 하기만 하면 고객이 들고 오겠지만 안한다면 그냥 일이 없는거다.

게다가 소위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공사를 수행하는 시행사의 입장에서는 거의 항상 제일 중요한 우선순위는 스케줄 관리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라는게 결국 Safety Factor 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할 때는 최대한 보수적인 엔지니어링을 통해 돈이랑 자재랑 왕창 발라버리는거지 해석이나 컨설팅이라는걸 맡기지 않고 넘어간다. 다시말해 일거리가 있어도 아주 결정적인 대가가 매우 비싸거나 감이 전혀 안잡히는 게 아니면 시행사에서 그냥 넘어가 버리는 수가 있는거다. 의외로 잠재적인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Operators (주로 오일메이저) 들은 디자인과 별도로 Risk control 이라는 차원에서 엔지니어링 컨설팅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 같긴 하지만.

좀더 디테일한 업무로 들어가자면,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무의 경우에는 입력값이 아예 다 주어지거나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매우 확실하다. 예를 들어 해저 파이프라는 아이템을 다루더라도 컨설팅 회사에 문제가 갈 정도면 이미 파이프 치수, 재료, 설치위치 등이 꽤나 명확하게 정해져있다. 이렇게 아주 구체적인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투입되는 팀도 소수 정예일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참고자료가 별로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짧고 굵게 일해서 해석 결과를 내놓고, 보고서를 쓸 때도 무조건 뭐가 맞다고 주장하는 식으로는 안쓰고, 결과를 보여주면서 "이건 이런저런 의미로 보인다" 정도의 조심스러운 판단을 내놓으려고 노력한다.

반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어떤 아이템을 다룰 때는, 눈금만 있는 종이 수준의 초기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서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서 개념부터 만들어야 하는 일이 많다. 둘러볼 만한 Rules & Regulations 및 참고할 만한 디자인 자료도 꽤 있다. 그런데 Rules & Regulations 가 있다고 해서 다 되는게 아니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과 최소한의 비용 (자재, 노동력)을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경험과 실력이 소요된다. 그 집단은 그렇게 건조 야드보다 고학력/고효율인 엔지니어링 인력과 컨설팅 회사보다 큰 규모의 엔지니어 인력을  활용해서 비싼 프로젝트의 달콤한 부분을 차지하고, 본인들이 잘 모르는 분야 + 그냥 Safety factor 만 높이기에는 좀 후달리는 문제가 나오면, 그때 컨설팅 회사를 부른다.

내가 지금 회사로 옮기기 전에,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에서 일반적인 설계회사보다 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하다 보면, 자칫 그게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몇몇 분야의 해석에만 집중해서 깊은 이해와 내공을 쌓다보면, 오히려 그 분야가 전체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또 전체 프로젝트 수행 중 어느 시점에 나오는 문제인지 생각을 안하게 된다는 거다. 그 말이 시사하는 바대로 엔지니어링 컨설팅과 일반 엔지니어링은 서로 성격이 다르다. 이쪽에 있다가 저쪽으로 이동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두 분야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매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행여 나중에 소규모 사업을 차리려고 하면, 특정 분야의 해석 경험과 능력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업무를 하려고 하면 최소한 엔지니어링 팀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반면에 컨설팅만 할거면 막말로 혼자 뛰어도 되니까. 물론 내가 그렇게 한다는 말은 아니고 Generally 그렇다는 거다.